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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01/01/29, 13:20:56
작성자: 산동차이나
 

 중국 영화 코믹 장르의 이해

주성치의 영화는 왜 중국에서 히트하는가?

중국 영화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고 상품성이 높은 영화 장르는 코미디 영화이다. 물론
 그 코미디라고 하면 그 한 가운데에는 주성치라는 이름 석자가 반드시 들어가는 것이
 하나의 공식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 주성치의 영화는 비 주류에 속할
뿐만 아니라 그의 영화는 우리 나라 관객에게는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 로 쓸 만한 홍
콩 영화가 없을 때 끼워 파는 식으로 수입되는 것이 대부분의 실정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흥행 제조기",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주성치는 홍콩 최고의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의 영화 학도, 영화 지망생에게는 그의 영화
가 하나의 커리큘럼에 포함될 만큼 분석의 대상이며 10대 들에게는 하나의 독보적인
우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전에 처음 주성치의 영화를 접했을 때는 그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미 건조한
 영화로 "별 미친 놈 다보겠다"라고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문
화 속에서 살게 되면서 다시 한 번 보게 된 그의 영화는 나름대로의 문화를 포함하고
 있는 영화로 다가오고 있다.


주성치 영화 분석

주성치의 영화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그의 영화에는 항상 서민이나 능력없는 무기력한
 사람들 그러니까 주로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없기 때문에 겪어야만 하
는 그런 현실을 코믹 터치로 그리고 있다. 사실 드라마나 타큐로 만들면 무척이나 상
심할 만한 부분을 오히려 코미디로 연기하면서 진한 페이소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이는 코미디의 거장인 찰스 채플린의 말 대로 "진정한 코미디란 슬픈 것이다"라는
부분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분석해 볼 만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바로 그의 최근 작이었던 "희극지왕"
이라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사실 코미디로 보기는 힘들고 주성치 자신의 전기적인 스
토리라고 보면 무방한 영화이다. 오랜 엑스트라 생활을 거쳐 오늘날 홍콩 영화계를 좌
지우지하는 스타로 성장하기까지의 자전적인 스토리이다.

주성치의 대표작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데뷔작 : 백변 금강
1988 : 용재천애
1990 : 도협
1990 : 도성
1991 : 도학위룡
1991 : 무장원 소걸아
1992 : 가유희사
1992 : 녹정기 1, 2                   
1992 : 도학위룡 2
1993 : 당백호점추향
1994 : 심사관
1995 : 서유기 월광보합
1995 : 서유기 선리기연
1998 : 식신
1999 : 희극지왕
1999 : 회혼야
2000 : 소림축구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 된 영화는 <용재 천야>라는 영화였으며
 이는 별다른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다시 2년 간을 엑스트라 생활로 돌아
간 주성치는 1990년 도협과 도성 씨리즈에서 코믹 액션이라는 신조어를 생성하면서 일
약 스타덤에 오른다. 이 시기까지 그의 연기나 영화적인 관점은 그저 주연 배우로서의
 도약 정도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1991년에 들어서면서 주성치는 <도학위룡>이라는 영화로 그 해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
게 되고 흥행의 보증수표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그는 탄탄 대로를 걷기 시작한다. 이후
 촬영했던 일련의 영화들에서 같이 공연한 여배우들까지도  스타로 도약 시킴으로써
"주성치의 영화는 된다"라는 공식을 만들게 된다.

이 시기에 공연한 배우들은 <도협> 씨리즈의 장민, <녹정기>의 임청하, 이가흔, 구숙
정 그리고 <월광보합>의 주인과 채소분 그리고 막문위 <희극지왕>의 장백지까지 모두
 그와의 공연을 통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던 배우들이다. 그의 영화에 한 편 출연하
고 나면 개런티가 무려 두 배 이상으로 뛰게 된다는 점에서 주성치와의 공연은 확실한
 성공을 보장받는 하나의 보증수표가 된 셈이다.

1992년에 들어서면서 주성치는 평생의 숙원이었던 서유기 프로젝트를 드디어 시작하게
 되는데 서유기에 대한 재 해석이라는 좋은 평가를 들었던 이 영화는 제작비와 기획
년 수 그리고 동원 배우 캐스팅 등 모든 면에서 화제를 모았고 원래 서극의 프로젝트
로 시작을 했었지만 제작비 면에서 서극이 손을 떼게 되자 주성치는 이 영화의 판권을
 사들여 유진위를 감독으로 캐스팅하고  배우들을 직접 캐스팅하게 된다. 이 시점에서
 바로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과시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서유기에 대한 많은 재해석
과 이전의 주성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철학적인 의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데  제 2편인 <선리기연>을 먼저 촬영하고 전 편 격인 <월광보합>을 촬영했던 점은 특
기할 만한 사실이다.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의 <은행나무 침대>나 <단적비연수>같은 마케팅의 선배 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실은 주성치가 <스타워즈>의 기획을 벤치 마킹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
다.

이 시기에 들어서면서 그의 영화적인 관점이 확연하게 바뀌기 시작하는데 이 전의 영
화가 단지 재미를 주기 위한 부분에 그친 영화였다면 <선리기연> 이후의 영화는 철학
적인 메타포와 패러독스 그리고 서민 사회의 진한 페이소스들을 표출하는데 많이 신경
을 쓴 기색이 보인다.

물론 그가 자신의 영화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가장 근심을 했던 부분은 관객들이 과연
"자신의 이런 영화를 좋아할 것인가?"라는 부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성공을 거듭했고 <식신>이 역대 최고 홍콩 영화의 수입을 벌어드리면서 그는 드디어
자신의 자전적인 영화를 만드는데 이 영화가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희극지왕>이다.


하지만 주성치의 영화가 단지 "문화적인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라고 말을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는다. 그의 일련의 영화에 대한 한국 비평가들의 평
가와 일본 비평가들의 평가는 상당히 상반적이라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일련의 영
화 잡지를 보면 주성치의 영화에 대한 한국 비평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
그저 그런", "아류 작 수준", "왜 히트했는지 모르겠다"라는 간단한 20자의 혹평이 대
부분인 반면에 일본의 KINO나 Ciber screen 등의 잡지에 난 기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를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있다", "문화적인 호기심을 불러 일
으킨다"라는 글이 올라와있다.

사실 아직도 한 명의 한국인으로서 중국 영화를 보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
이다. 단적으로 두 편의 영화가 개봉을 해도 필자가 가는 영화관과 중국인이 몰려드는
 영화관이 다르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주성치의 영화를 보면
서도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하는지 아직은 어색한 것 또한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비평
가들이 영화를 하나의 문화로 인식하기 보다는 하나의 언어학적 코드로 이해하고 이를
 단지 텍스트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울 뿐이다. 그들의 문화를 모르는 사람
들이 어떻게 그 나라의 영화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기 이를 때 없
다.

주성치는 언젠가 모 인터뷰에서 "왜 다른 스타들은 항상 멋진 배역을 맡기를 원하고
멋진 대사나 액션을 연기하고 싶어 하는데 당신은 그와 정반대의 캐릭터만 연기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나 말고도 멋지고 좋은 면으로의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은 많
이 있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영화는 솔직한 영화이다. 누구든 먹으면 배
설한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이다. 내가 이 배설에 대한 것을 연기하는 것이 지
저분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되 물은 적이 있다.

이와는 약간 별도의 이야기를 하자면 중국 현대 무협 문학의 거장인 "신필 김용"의 역
작인 <녹정기>의 주인공인 위소보는 일반적인 무협지의 정의를 수호하고 의를 중시하
는 대협의 풍모는 볼 수가 없다. 신분은 버젓하지만 오히려 살인, 방화, 강간과 권모
술수에 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가진 모습은 정확히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
이다. 누구나 도덕과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싶은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에는 <녹정기> 씨리즈가 양조위의 작품으로 소개되어 있지만 원본 <녹정기>에 가
장 충실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주성치의 <녹정기>에 나오는 위소보이다
. 바로 이런 부분들이 주성치가 지향하는 부분이며 이는 또한 중국의 관객들이 통쾌하
게 여기는 부분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주성치의 영화가 팔리는 이유는 그가 바로 인간의 가장 본연적인 모
습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면 거의 정확하다. 물론 영화를 보는
기준이나 선택의 기준은 관객이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바로 이점을 강조하고 싶은 부
분이다. 중국 영화에 대한 비평가의 헛 소리를 무시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문화에
 대한 확인을 하시라는 말씀이다.

장이모우의 영화나 첸카이거의 영화가 개봉되면 극장에 몰리는 관객 여러분들이 장이
모우 영화의 문화대혁명이 중국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왜 그토록 비참하
게 다가오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저 극장에서 장이모우의 역동적인 카메라 구도
나 실컷 구경하고 말 일이다. 이게 주성치의 영화를 보고 황당한 것과 무슨 차이가 있
단 말인가?

중국 소설을 보고 그리고 중국 영화를 보고 편견을 가지기 보다는 색다른 문화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가질 수 있는 계기로 삼길 바라면서 이 번호를 마친다.

 

출처 : 산동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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